2015년 오리엔티어링을 시작한 후로 경북연맹배 전국대회는 처음이었다.
사실 작년에도 신청은 했었는데 일이 생겨 아쉽게 패쓰.
그래서 그런지 이번 경기는 가족들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컨셉을 잡고
아쉽지만 2일 경기는 스프린트라 미뤄두고 3일 경기에만 참가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알고 있었지만 굵은 빗방울을 피할 수 없이 우중경기였다.
START-->1번
집결지에서 START로 올라서면서 멘붕 ㅠㅠ
지도를 잡아든 순간 일단 앞을 향해 올라가긴 했으나 도대체 내가 어디로 올라왔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도 몰라 엉뚱하게 앞으로 직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상태에서
안되겠다 싶어 다시 START지점으로 돌아와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1-->2번
그나마 길 따라 움직였기에 1번에서 어리둥절 했던 것보단 정신을 차린 듯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2번-->4번
복기를 하려고 해도 내가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패쑤.
일단 무지하게 헤맸다는 것!!!(좌절)
정확히 래타임을 못 봤지만 내 손목시계로 확인했을 때 이미 출발하고 1시간 가량 됬을 시점이었다.
그러면서 초조함에 좌절감과 함께 머리속이 하얘지기 시작했다. 왠지 실격에 대한 불안함이 엄습해서 ㅠㅠ
4번-->6번
4번을 지나면서 경기에 참여한 몇몇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사람을 만나니 안심.
하지만 김현정쌤을 보는 순간 반가우면서도 내가 얼마나 늦었는지 초초함이 밀려왔다.
결국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려 4번에서 5번 코스 공략시 직진 코스를 선택한 것이 체력안배에서 실패.
어찌나 힘이 들던지 계속 미끄러지면서 현정쌤을 이려보려는 내 욕심의 부질함이 느껴진 곳.
그리고 또 한번 5번에서 6번으로 이동하기 위해 내려오는 코스도 경사면이 급한 곳이라 자칫 잘못하면 공굴리듯 구를것 같아
위험 천만.
6번-->7번
그래도 길을 따라 가며 지형을 파악하느라 애썼는데 7번 컨트롤을 찾았을 땐 어찌나 무서운 곳에 있었지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높이와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비를 맞으며 난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갑자기 머리가 띵~~~
7-->8번
5번 부터 만난 현정쌤과 함계 물도 마시고 나누어 주신 파워젤도 먹고 ^^
그나마 떨어진 체력을 조금은 끌어 올려 분반해야지 했다.
8번-->9번
머리도 돌고 지도도 돌고...계속 돌고 다시 돌고 ㅜㅜ
18번 까지 중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포인트였다.
몇번이고 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 확인해 봐도 현재 내 위치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했던 곳
9번-->10번
간신히 길을 찾은 기쁨에 길을 짚어가며 갔다.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때 이미 기록에 대한 것은 포기하기 시작.(출발한지 2시간 지날 무렵)
10번-->11번
더이상 길이 아닌곳으로 공략하기엔 몸이 너무 지쳐버려 돌더라도 길로 다니기로 맘을 먹고 움직이다가
공터에서 대기중이었던 카니발. 무심코 지났는데 뒤에서 부르신다.
"엘리트신가요?" 경북연맹 STAFF이셨다.
"네~혹시 시간 초과 됬나요?"
"아닙니다"
이 한마디가 힘이 되었다.
8번에서 현정샘과 헤어진 이후로 사람 흔적 없는 산을 헤매이면서
은근 겁이 나기 시작했었는데 ㅋㅋ
이미 시간은 지날데로 지났고 몸은 지칠데로 지쳤지만
기록은 포기하더라도 경기는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11번-->17번
천천히 길을 따라 움직이다 16번에 다다르며 사람들과 마주쳤다.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정말 감사했다.
16번에서 17번까지 오르막을 오르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몇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참고로 20개의 컨트롤을 찾아야 하는 줄 알고 암담했는데 15번을 지나면서 18번이 마지막이란 걸 알고 무척 기뻤다는 ㅋㅋ
17번-->18번
많은 고민을 했던 포인트.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다가 정한 길에서 우측을 봤는데 아~~~내가 포인트로 잡고 있던 무덤이 저쪽에 있다니
끝까지 이런 ㅠ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 봉우리 위 무덤을 찾고 내리막 길을 내려왔다.
2시간 40분이 넘었다.
정말 어이없는 기록이었다.
계속되는 비에 속옷까지 젖어들고 진흙에 낙엽에 발은 모래주머니를 찾고 있는 듯 했다.
오르막을 오르며 수고 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졌다.
몸은 만신창이 천근만근이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번 경기를 마치고 깨달은 실수 몇가지
1. 대회에 대한 정보나 준비 사항 체크 미숙(특히 지도보기)
경기를 다 마치고 나서 지금껏 해왔던 경기의 축적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1:4.000 혹은 1:5.000 지도였는데 이번 경기는 1:10.000 축적이었다.
그러니 지도에 1cm가 50m나 차이가 나는데도 1:5.000 축적의 보폭으로 거리를 재곤 했으니 오차가 한참일 수 밖에.
역시 지도읽기가 너무 약하다. 공부가 필요한데 너무 준비없이 경기에 참가했다.
2. 엘리트로 클래스를 올리고 나선 정말 지속적인 체력관리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안일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 또한 전문적인 트레이닝은 아니더라도 나름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으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장비의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 SI 카드는 공구로 좋은 녀석을 갖게 되었지만, 신발, 정강이 보호대 등등
그나마 방수 등산화를 구입해 우중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양말은 젖지 않아 나름 발은 뽀송한 상태를 유지했지만ㅋㅋ
등산화는 무거워도 너무 무거운듯 하다.
이외에도 부족한 것이 많은 듯 하나 힘든 경기일수록 깨달음은 크다.
나에 발전에 뿌리가 되어주리라 믿으며 몸은 힘들어도 즐거움으로 마무리 지은 경기였다.